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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사님들.


제목에 적은대로 오늘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풀 곳이 달리 없어서푸념 비슷하게 생각나는대로 손가락을 놀린 것이니 굳이 읽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초등학생일때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원래 시골에 계셨는데, 아버지가 어린 저를 계속 신경쓰고 계실 상황이 아니라서 모시고 올라온 거였죠.


처음에는 상당히 불편했었던 기억이 있고, 당시에 이미 80세가 넘었던 할머니에게 대드는 정신나간 짓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지낸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그 동안 할머니는 저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됐고, 할머니도 뭘 하든 항상 저를 찾는, 그런 사이가 됐습니다.

어느 덧 100세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한 차례 수술을 하면서 거동이 불편해지시면서 저를 많이 의지하시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정신은 멀쩡하시고, 보고 듣고 말하는 것 모두 잘 하십니다.)


그렇게 되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생활패턴이 할머니 위주로 돌아가게 됐구요.

그 결과, 평일에는 학교-집의 반복에, 주말에는 어디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만 보내게 됐습니다만,

원래부터 인도어 파였으니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공무원이신 큰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서 할머니를 모시고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이제 정년퇴직하니까 자기가 모실 수 있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할머니는 큰집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큰집에서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 이야기를 저는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듣게 된 거지만,

이야기 자체는 보름 정도 지났을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고작 그 정도의 각오도 없이 할머니를 모셔간 거냐는 생각에 혐오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다시 집으로 모셔오자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할머니한테 신경쓸 게 아니라 니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아버지의 말도 거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떠나고 몇 달 동안, 너무 자유로웠거든요.

집 걱정하지 않고 친구와 만나서 노는 게 대체 얼마 만인지,

하루 종일 밖에 나가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게 대체 얼마 만인지...

그 욕심 때문에 결국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결국엔 저도 똑같은 놈이었습니다.


...


뭔가 여기까지 적으니까 머릿속이 엉망이 되네요.



만약 이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하다는 말씀과

쓸데 없는 푸념글 같은 것을 올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진짜 윤리관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심각하져.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치매나 집안일에 대한 참견이 없다고 하더라도

집안의 높으신 분이 매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니까요.

당연히 그런 스트레스 떨쳐버리고 싶은게 정상이죠. 어느 누가 스트레스 껴안고 살고 싶어 할까요.


설령 본인은 '난 정말로 우리 부모님(또는 조부모님) 우리 집에 모셔도 상관 없다'라고 생각할지라도

다른 가족들(특히 배우자) 생각은 많이 다를 수도 있지요.


모시고 살면 후회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안 모시고 살자니 무언가가 쿡쿡 찌르고


그런거죠 뭐 ' '..


근데 할머니 돌아가시고나면 알게모르게 후회많이될거임 

비슷한 경험이있어서 슬프구만

존댓말 규칙 위반으로 경고 처분합니다.

글쓴이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서 왜 할머니한테 그동안 소홀했나 하고 후회감이 엄청 들었습니다.

친척분들 돌아가셨을때는 아무 감정도 안일어났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었죠...

할머니께서 저희집에서 지내신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왜 할머니를 잘 챙겨드리지 않았는지, 왜 할머니께 좀 더 친절하게 대하질 않았는지

머니께서 다치신 이후에 부득이하게 요양원에서 지내게 되신 이후에 자주 찾아뵈질 않았는지

다치신 이후에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셨을때 찾아가서 얼굴을 기억하게 하질 않았는지

철없던 그때의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아직까지도 후회중입니다....

댓글을 다는중에도 눈물이 나고 코 끝이 시큰하네요....

정말로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법이고 있을때 잘하란 말이 괜히있는게 아닙니다... 모쪼록 현명한 선택을 하시고 후회하는일이 없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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